#32 나의 경험 투자 플랜

#32 나의 경험 투자 플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이 펼쳐진다는 걸 모든 감각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채롭고 재밌을수록 어떻게 시간을 써야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담도 조금씩 느껴진다. 


올해 초 생일에 친구가 직접만든 양초를 선물 받았다. 그 양초에는 “Your 26 will be legendary” 라는 문구가 적혀져있었다. 나의 26살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작년에는 크고 작게 나를 흔드는 일들이 많았어서 스스로를 정돈하기 바빴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나니 올해는 뭔가 느낌이 좋았다. 그냥 올해는 뭔가 잘될 것 같다며 근거 없는 행복을 주장하고 다녔는데, 그 근자감은 꽤 효과가 있었다. 그 어느때보다 동요하지 않고 행복한 순간이 잦으며 이대로 정진하면 되겠다 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정진’ 그것이 문제다. 어떻게 정진할 것인가? 

*정진 : 게으르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불교적 의미의 용어 


사실 어떻게 정진해야하지 생각하는 순간 여유로워지지 않는다. 정진을 하려면 역시나 목표가 필요한데 이 목표를 설정하는 것 조차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런 선택과 목표 설정에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깔끔한 해답을 내려준 책이 있다. [Die with Zero] 

 

빌 퍼킨스(Bill Perkins)가 쓴 책으로 돈과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더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 인생의 에너지를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크게 4가지로 정리가 된다. 

 

  • 인생의 목표는 ‘최대의 경험을 누리는 것’ 

돈을 많은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써서 의미있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진짜 가치라는 것이다. 죽을 때 통장에 돈이 남아있다면, 그건 기회 손실 (Lost Life Energy)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 경험은 모두 적절한 때가 있다. 

인생의 세가지 자원을 시간, 돈, 건강으로 본다. 젊을 때는 건강하지만 돈이 없고, 중년에는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고, 노년에는 시간과 돈이 있어도 건강이 없다. 시간과 돈과 건강의 교차점에서 최대 효용을 가져오는 경험과 선택이 중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생각해보니 모두 young & rich 를 꿈꾸는 이유도 이 세가지를 다 갖춘 존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경험에 투자하면 추억으로 남아 평생 가치를 준다. 

책에선 ‘추억 배당금’ (Memory Dividend)이라는 개념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를 들어 20대 때의 유럽 배낭여행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이후 평생 동안 추억으로 배당을 주는 투자라는 것이다. 첫 유럽여행이었던 크로아티아, 직장인이 되서 간 파리, 인턴을 하러 떠난 미국 모두 다 그 시기에 경험했기 때문에 더 깊은 인상을 주었다. 만약 첫 유럽 여행을 아이슬란드로 떠났다면, 난 크로아티아가 아닌 아이슬란드의 겨울 신혼 여행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 유난히 곱씹게 되는 기억들이 있다. 그 경험의 시간은 짧다고 하더라도 남은 시간 동안 천천히 그 기억에 대해 꺼내놓고 추억하게 된다. 대학동기들을 만나면 유독 드라마가 많았던 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중학교때 떠난 가족여행은 아직도 빠질 수 없는 가족 대화 주제이다. 이런걸 생각해보면 나의 행복자산은 추억 배당금을 받고 불려져온 것이 확실하다.   



  • 돈은 인생의 연료이다. 

자산을 최대화하는게 아니라, 삶의 만족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분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 무엇에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 연료가 되는 돈을 열심히 모아야하겠지만, 그 돈을 모으는 방향에 대해서 동시에 생각해야한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와 같은 개념으로 “너무 만족했다면 이건 공짜!” 라고 생각하면 되는걸까.


저자: magazine.ybp

 

낭만이라는 단어 하나로 퉁쳐왔던 것과 다르게, 이 책은 더 수학적인 방식으로 돈과 인생의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말해준다. 덕분에 낭만있는 삶에 대한 더욱 명쾌한 뒷받침을 얻을 수 있었다. (YOLO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경험의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경험이 최대 효용을 내는 시기를 잘 선택하려면 애석하게도 역시나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현재 배당금을 받고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어떤 경험에 투자한 것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지, 어떤 투자는 휴지조각이 되었는지 나의 경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야하는 것이다. 


투자가 타이밍이듯 경험도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투자를 하는지의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결국 완벽한 투자의 타이밍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 유명한 투자자들도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고점에) 주식을 매수하지는 못한다. 이런 생각들을 기반으로 나의 개인적인 ‘경험 투자’ 플랜을 세웠는데, 다음과 같다. 



  1. 지금이 호시절(好時節)이다. 많이 놀고 열심히 일하자 = 많이 투자하자
  2. 순간 극적인 만족감을 주는 자극은 조심하자 = 레버리지,선물 투자는 거리를 두자 
  3. 그래도 필요한 위험은 감수하는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자 = 비트코인 투자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4.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경험은 꾸준히 모아가자 = S&P 500은 사모으자
  5. 너무 완벽한 선택을 위해 고민하지말자 = 완벽한 투자 타이밍은 없다. 
  6. 후회되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을 배웠는지 뾰족한 배움과 결론을 내자 = 왜 휴지 조각이 되었는지는 파악하자.
  7. 더 좋은 선택을 위한 여러 경험, 시간, 에너지, 돈을 잘 쌓아두자 = 계좌에 돈이 없으면 제대로된 투자가 어렵다. 

 

이런 투자 계획을 갖추니, 시간을 더욱 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을 수 없는 자극에서 벗어나 무의미한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루종일 낮잠을 자더라도 진짜 휴식이 되는 주말을 보낼 것이며, 숏츠 지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땐 몸을 일으켜 요가에 가고 있다. 요즘 싱가포르는 더 해가 길어졌는데, 그래서 이 도시는 더 생기있고 활발해졌다. 생기있는 싱가포르를 즐기기 위해 일주일이 한번 이상은 힙플레이스(?)를 찾아다니고 있다. 수익만 위해서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은 정비되고 잘 큐레이팅된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있다. 조금 더 돌아다녀본 뒤에 한번 기사로 엮어보겠다. 이 공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게 요즘 나의 행복이다. 


선택에 대한 결정을 투자 관점으로 바라보면, 인생이란 너무 공격적인 투자만하면 불안함에 잠을 못 들수도,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일을 그르칠수도, 너무 방관하고 있다면 그 가치가 눈앞에서 사라져버릴수도 있어 항상 경계해야 한다. 조금 더 달리, 이번분기가 아니라 2년 뒤 수익률을 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일 수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도 결국 쌓아온 작은 성공들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투자의 가치는 결국 기대감이 아니던가. 


행복해서 더 행복해지기 위한 다음 준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는 이 자산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이 자산을 더 늘릴지 고민한다. 이런 완벽한 경험 투자 마인드셋을 갖췄으니 이제 투자의 여정을 즐길 일만 남았다. 오늘도 추억 배당금 적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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