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도시의 인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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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지현 @_j_ihn.b
싱가포르가 연애 불모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내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취합한 의견이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싱가포르는 결혼한 신혼 부부에게 집을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BTO (Built-To-Order)라는 시스템인데, 이는 국가가 건설하는 공공주택을 자격을 갖춘 시민에게 직접 분양하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 때문인지 싱가포르의 커플들은 조금 더 초기 단계에서 서로 결혼에 대한 Commitment (약속)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안정적인 제도인가!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최근에 만난 싱가포르 친구는 이렇게 결혼을 약속한 친구 두 커플이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너 그 사람 정말 사랑해?"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더란다. 그냥 'marriage blue' 그런 거라고 생각해버리라고 조언했다.
BTO 제도가 잘못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에 따라 결혼을 선택하는 나이도 연애를 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내린 곳의 특징이 더 명확하다면 그 사랑의 방식도 분명히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는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어떤 사랑이 있을까?
대도시라 함은 100만 명 이상의 인구와 이를 연결시키는 공간, 경제, 인프라 등의 도시 시스템 속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곳이다. 밀도가 높은 이곳에서 채이는 게 사람이지만, 그걸 인연으로 만드는 데에는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능동적인 태도 없이 ‘자만추’할 수 있는 기회도 있겠지만, 그런 만남은 쉽지 않을 뿐더러 각각의 서사를 평균 내어 비교하기는 더 어렵다. 대도시의 인만추, 즉 “인위적인 만남 추구”. 어떤 데이팅 상대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연결해 나갈까? 이 관계의 데이터를 얻기 가장 좋은 장치는 ‘데이팅 앱’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이 바쁘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대도시에서 데이팅 앱과 같은 효율적이고 인위적인 장치 없이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도시의 데이팅 앱으로 그 사랑의 방식 일부를 살펴보았다. 나도 모든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랑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Chat GPT의 힘을 빌렸다.
대도시별 데이팅 앱 인식
뉴욕
뉴욕에서 앱은 ‘관계의 시작점’으로 인식하며 앱을 사용하는 데 크게 편견은 없다고 한다. 다만, 미국인답게 자소서 수준의 프로필이 필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커리어 중심의 라이프에서 데이팅도 “on-the-go” 개념으로, 바쁜 일상을 살면서 쉽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용도로 앱을 사용한다. 마치 차 안에서 김밥이 아주 좋은 “on-the-go meal”인 것과 같은 건데, 그만큼 만남은 쉽지만 연결은 어렵다고 한다.
서울
아직까지는 가벼운 만남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대부분 연인을 찾는 데는 서로의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의 지인을 소개해주는 ‘소개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Chat GPT가 말하길 서울에서의 데이팅 앱은 외국인-한국인 매칭율이 높다고 한다.
런던
앱도 많이 쓰지만 바/펍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그냥 동네 술집에 갔다가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 비음주자는 어떻게 만나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mocktail이 있잖아! 하며 생각을 닫는다. 런던은 특히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남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데이팅 앱에 요구하고 만족하는 요소라고 한다.
싱가포르
효율적인 도시에 맞는 효율적인 만남을 한다. 약속도 소개도 앱으로 바로 ‘픽스’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국인과 로컬(싱가포리안)의 만남의 지점 역할을 해준다.
파리
아직도 ‘운명적 만남’을 중시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우연을 만드는 건 앱이라는 걸 결국엔 인정했다고 한다. 특히 파리에서 시작된 Happn이라는 데이팅 앱은 위치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는 “진짜로 스쳐 지나간 사람과의 로맨스”를 현실화하려는 컨셉 때문이다. 같은 카페에 앉아 있거나, 같은 지하철을 탄 누군가가 매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서사 있는 만남을 통해 감정 표현은 자유롭지만, 연결은 천천히 깊어지는 파리의 로맨스에 효율을 더한 연결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이거 참 앱까지 로맨틱하다니.
베를린
비규범적 관계가 많다라.. 베를린은 관계의 정의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다. 이런 특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비독점적 관계, 폴리아모리 등에도 개방적이라고 한다. 앱을 통해 ‘나만의 관계 방식’을 탐색하는 도시이다.
도시에 따라 다른 커리어와 삶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계절도, 사람도, 레스토랑의 팁 문화도, 펍의 분위기도, 해가 떠 있는 시간도 다르니, 생각해보면 도시마다의 사랑의 서사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어떤 서사로 시작했는지에 따라 관계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다. 뉴욕에서의 점심시간 커피 데이트와 한국에서의 소개팅은 다를 것이다. 지하철에서 몇 번 마주친 남자를 Happn에서 찾았을 때의 짜릿함도 다를 것이다.
사랑의 알고리즘은 도시를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도시에서의 사랑은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도시 사랑 투어를 마친다.
댓글 2개
사랑의 알고리즘은 도시를 닮아간다. 아주 와닿는 이번화 잘 읽었습니당
사랑의 알고리즘은 도시를 닮아간다. 아주 와닿는 이번화 잘 읽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