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다른 모든 우주에서 그웬 스테이시는 스파이더맨에게 사랑에 빠져

Editor: 황남규 @nwangerd


2월 15일 토요일, ybp는 우리 매거진의 첫 이슈 navigate의 발간을 축하하는 작은 팝업샵을 열었다.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고, 걱정이 무색하게 navigate의 초판(?!)이 모두 판매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는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몰아칠 때 그냥 먹먹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작년 5월에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던 것이 반년 만에 정말 현실이 되었고, 많은 분들이 ybp에 공감하시며 좋은 의견을 주셨다. 

팝업샵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던 광경, 잡지와 굿즈를 제작하며 외쳤던 “never compromise!”, 새벽 5시에 맡았던 시원한 공기, 그 사이에 개인적으로 있었던 일들과 다짐, 이런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감정은 쉽사리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그래도 굳이 표현해 보자면 ‘행복했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뉴욕에 와있다. 살다 보면 “뉴욕 가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사는 뉴욕 찬양단들을 만나게 되는데 (샤라웃 투 lil TJ), 난 굳이 따지자면 도쿄 찬양단이라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뉴욕은 내게 특별한 기억이 있는 도시이긴 하다. 어렸을 때 이곳에 살았기 때문이다. 워싱턴 하이츠라는 맨하탄 북쪽의 지역이었는데, 관광객 신분으로 뉴욕을 가게 되면 도저히 들릴 일 없는 그런 곳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고, 그래서 어렸을 적 노란색 밥과 로티세리 치킨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음식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음식점 Malecon에서 먹은 음식들 / 로티세리 치킨, 비프 스튜 및 밥)

비록 내가 영어는 다 까먹었지만, 뉴욕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은 나에게 몇 가지 큰 영향을 끼쳤다. 뉴욕은 내가 좋아하는 그래픽 노블을 처음 접한 곳이고(스파이더맨이었다),

(그래픽 노블의 성지, 미드타운 코믹스. 타임스퀘어 근처에 위치해있다.)

밥 대신 피자 & 콜라라는 내 못된 식습관을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에 정신 못 차리는 내 성향도 어느 정도 뉴욕에서 형성이 된 것 같다.


이런 뉴욕을 내가 큰 맘먹고 놀러 온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는 1호 navigate에서 멋진 인터뷰를 해준 Lil TJ에게 잡지를 직접 건네주기 위해서다. 반박은 받지 않겠다.

(Lil TJ의 집은 내가 상상했던 뉴요커 ybp의 집 그자체였다.)

두 번째 이유는 작년에 내가 갔던 퍼스 여행과 궤를 같이 하는데, 정말 보고 싶던 공연을 보러 왔다. 바로 반지의 제왕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나는 반지의 제왕을 포함한 톨킨의 작품들을 정말 좋아한다. 반지의 제왕과 관련된 내 오랜 버킷 리스트가 있는데, 옥스퍼드에 위치한 톨킨의 묘지에 다녀오는 것 (2016년에 했다), 뉴질랜드에 다녀오는 것 (2022년에 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이 공연은 말 그대로 반지의 제왕 영화를 오케스트라 공연의 형태로 보는 것인데, 영화 내내 나오는 사운드트랙을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한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이 공연은 아시아에는 도저히 열리지 않기 때문에 뉴욕에 보러 왔다.
나의 반지의 제왕 덕질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기사를 통해 자세하게 공유하고 여기서는 이만 줄이겠다.  

(라디오시티 홀에서 열린 반지의 제왕 오케스트라 공연)

세 번째 이유는 맛있는 뉴욕 피자를 먹기 위해서다. 나는 피자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피자를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누자면, 나폴리식 피자와 뉴욕식 피자가 있는데 그중 뉴욕식 피자는 크리스피한 도우와 접어서 먹을 수 있는 큰 사이즈, 그리고 진한 맛으로 대표된다. 나는 예상 가능하게도 그 중 뉴욕식 피자를 더 좋아한다. 뉴욕에는 99센트로 대표되는 가성비 피자부터 전 세계적으로 맛있기로 유명한 피자까지 정말 다양한 옵션의 뉴욕식 피자집이 있는데, 듣기로는 그 수가 6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100년이 넘은 뉴욕 피자 역사지만, 이와 동시에 새롭게 주목을 받는 피자집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곳이 뉴욕이기도 하다. 테이크아웃 샐러드 하나에 세금까지 포함하면 20불이(한화 3만 원….!) 넘는 살인적인 뉴욕 물가를 고려하면 피자 한 조각은 뉴욕 사람들에게 음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관광객이기 때문에 가격과 상관없이 철저하게 뉴욕 피자 ‘맛집’을 찾아다녔다.


이쯤 되면, 우리 잡지의 첫 번째 기사를 보신 분들은 슬슬 눈치를 채실 것 같다. 장황한 서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tmi, 그렇다. 이번 기사는 뉴욕 피자집 추천에 대한 기사이다. 내가 뉴욕 여행 중에 가본 피자 맛집들을 순위 및 간단한 정보와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그웬이 모든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과 사랑에 빠지듯, 나는 평생 피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뉴욕, 스파이더맨, 사랑, 그웬, 피자, 운명…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음…




1위. Lucali’s

  1. 위치: 브루클린
  2. 대표 메뉴: 기본 피자, 칼조네
  3. 에디터 한마디: 루칼리는 오늘 소개할 5개의 피자집 중 가장 웨이팅이 길고 내가 1순위로 추천하는 피자집이다. Ugly Delicious 라는 넷플릭스의 유명한 프로그램에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뉴욕식 크러스트를 나폴리식처럼 나무 장작 화덕에 구워서 쫄깃함과 바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피자위에 올라가는 생생한 바질이 감칠맛도 더해준다. 피자와 함께 판매하는 칼조네 역시 진한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다만 피자의 경우 슬라이스 단위가 아니라 한 판을 통째로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식기 전에 빠르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4. 참고 사항: BYOB, Cash Only, 웨이팅 매우 길며 미리 예약 잘 안됨.




2위. L’industrie Pizza

  1. 위치: 브루클린
  2. 대표 메뉴: 린더스트리 피자, 뉴요커 피자, 부라타 피자
  3. 에디터 한마디: 두 번째로 추천할 피자집이다. 루칼리와 비슷하게, 전형적인 뉴욕 스타일 피자는 아니고 나폴리와 뉴욕을 적절히 섞은 느낌의 피자를 판매한다. 대표 메뉴 중에 린더스트리 피자를 추천하는데, 한입 배어먹었을 때 크리스피한 식감과 소스가 입에서 함께 섞이면서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타 뉴욕 스타일 피자처럼 슬라이스 단위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위에 적은 대표 메뉴는 꼭 먹는 것을 추천한다.
  4. 참고 사항: 웨이팅 적당하나 서서 먹어야 함, 맨하탄에도 지점 생김




3위. Mama’s Too

  1. 위치: 맨하탄 어퍼 웨스트 사이드
  2. 대표 메뉴: 보드카 스퀘어, 페퍼로니 스퀘어
  3. 에디터 한마디: 세 번째로 추천할 피자집이다. 이 곳은 디트로이트 스타일 피자처럼 사각형에 도톰한 크러스트가 특징인 곳이다. 도톰하지만 뉴욕답게 바삭한 식감에, 자체적으로 만든 보드카 소스가 올라간 대표 메뉴 보드카 스퀘어는 정말 맛있으니 어퍼 웨스트 사이드를 가는 일정이 있다면 꼭 들러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4. 참고 사항: 웨이팅 적당하나 서서 먹어야 함, 팁 없음 (wow)






4위. Joe’s Pizza

  1. 위치: 맨하탄 (여러 지점 있음)
  2. 대표 메뉴: 치즈 피자, 패퍼로니 피자
  3. 에디터 한마디: 오늘 소개하는 피자집 중 유명하기로만 치면 가장 1등인 곳이다. 스파이더맨2에서 주인공이 일하다가 쫓겨나는 피자집이 바로 이 조스피자이다. 짜고 기름지며 크리스피한 길거리 음식 형태의 전형적인 뉴욕 피자를 먹을 수 있다.
  4. 참고 사항: 회전율 빠름. 가성비 나름 굳.



5위. Lombardi’s Pizza

  1. 위치: 맨하탄 소호
  2. 대표 메뉴: 마르게리따 피자
  3. 에디터 한마디: 결론부터 말하면 비추천하는 피자집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집으로 상징성도 있고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맛은 전혀 특별한지 모르겠다. 그냥 배달 피자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웨이팅도 없어서, 마침 소호 일정이 있다면 상징성을 느끼기 위해 먹는 정도로만 추천할 것 같다.
  4. 참고 사항: 비추천

 

아직 뉴욕 여행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 두곳 정도가 리스트에 더 추가될 예정이다!

블로그로 돌아가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