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ybp의 이야기 : 뉴욕에서의 새 챕터를 앞두고

Editor: 설혜수 @hyssl.kr  박지현 @_j_ihn.b 


    magazine ybp에 에디터 삼인방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자신만의 분투를 하며 살아가는 더 많은 young broke professional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삼 년간의 싱가포르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제 곧 뉴욕에서의 새 챕터를 앞둔 태연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태연님을 같은 팀에서 처음 만났고, 막연한 상상 속의 young professional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회사 안과 밖에서 싱가포르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뉴욕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태평양을 건너 보내주기 전에 실제로 뉴욕행을 앞두고 그녀가 반추하는 싱가포르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지금의 심경이 어떠한지 궁금했다. 그럼 바로 태연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어디 사는 누구신가요

    TY. 저는 지금 리버 밸리에 사는 김태연이라고 합니다. Jane Kim.


    Q. 싱가포르전에는 어디에 사셨나요?

    TY. 싱가포르가 일하면서 산 다섯 번째 도시에요. 처음 일 시작했을 때 뉴욕에 있었었고, 그다음에는 스톡홀름에 있었어요. 다시 서울에 있다가 코로나때 제주에서 잠시 일했고, 2021년 7월에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어요. 싱가포르에 온 지 딱 삼 년 되었네요.


    Q. 싱가포르 적응할만했나요?

    TY. 코로나 때 싱가포르에 와서 호텔방에 앉아서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커피챗을 많이 했어요. 그때 기억에 남았던 게 본인의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 중에 일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은 없었어요. 대부분 깊은 관계의 친구를 만들지 못했거나 하는 소셜한 이유로 개인적인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떠나더라고요. 이곳에 잘 적응하고, 롱런하려면 가족 같이 느껴지는 친구들을 만나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등 회사 바깥 삶의 기반을 잘 다져야겠다고 다짐했어요.


    Q. 회사 밖의 삶은 어떻게 다지셨나요? 가족 같은 친구들은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해요.

    TY. 곧 새로운 챕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요즘 이런 고민을 이야기뿐만 해요. 처음 반년 정도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한다고 해도 무조건 “yes” 하는 기꺼이 시행착오를 겪는 기간을 가졌어요. 하나 이야기뿐만 얘기하자면, 코로나 기간 동안 이동에 제약이 있어 한 “yes” 중에 prawning이라고 되게 진부한데, 싱가포르 북쪽으로 가면 큰 연못에서 새우를 잡아서 먹을 수 있어요. 전혀 관심 없었는데 whatever. 서로 거리를 두고 말없이 새우를 잡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냈던 돈을 생각하면, cold storage에서 새우를 몇 바가지는 사 먹을 거에요. 여러모로 피곤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과 더 편한 관계가 될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연결 해주는 성격의 친구들을 만났던 것도 지인 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그런 친구가 있으면, 그 한 명의 친구로 10명을 알게 되잖아요.


    Q. 팟캐스트도 하셨다고… 창작을 위한 활동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TY. 제가 나서서 한 건 아니에요. 노마딕 아시안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친구가 즉흥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팟캐스트는 그 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어요. 주변에 크리에이티브한 친구들이 많이 있고, 저는 No를 하는 편이 아니라 많이 도전하게 되는데, 지금 보니 까먹고 있었네요.
    북클럽도 한 적 있어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선 초반에는 만나는 사람의 풀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를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데는 만나는 주기를 높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매번 만나서 밥만 먹을 수는 없으니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모임을 나가다 보면 quality friend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북클럽을 만들었어요. 거기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도 친해요.

    창작물에 엄청난 애정이 있는 건 아니에요. 북클럽이 잘 되고 안 되고, 팟캐스트를 몇 명이 듣고 이런 것도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이런 걸 할 수 있을까?’하는 심리적 허들을 넘겼다는 것과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Q. 만남도 많은 만큼 굿바이도 많았을 것 같아요. 잦은 이별이 주는 영향은 없었나요?

    TY. 완전 있죠. 여기 친구들을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해요. 같은 이유로 떠나기도 하죠. 싱가포르에 계절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것으로 저만의 계절을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엄청 슬펐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그게 또 채워지는 계기들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들이 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요. 흥미로운 프로필을 가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아요. 그래서 이제는 굿바이에 예전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아요.


    Q. 여행도 많이 다니신 것으로 알아요. 여행은 이런 잦은 이별의 후유증으로 가신 건가요?

    TY. 뭐 그런 것도 있지만 여행 자체가 이곳에서의 core memory 중 하나예요. 예전에는 [Top 10 things to do city] 위주로만 돌아다녔다면, 이제는 내 목적에 맞춘 여행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일종의 아젠다를 가진 여행이랄까요?
    한때는 싱가포르가 너무 재미없어서 한창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때 시차 적응도 어려워서 항상 피곤해했고 돈도 엄청 많이 썼었어요. (하하) 이때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한가지 깨달음은 self-approval system을 통해서 아젠다가 있을 때만 여행을 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같이 가는 사람들이랑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인지, 나중에 살아보고 싶은 곳을 경험하고 그곳에 네트워크를 만든다든지, 친구의 결혼을 축하한다든지 등의 이유가 있다면 Okay.


    Q. 여행의 어떤 면이 좋아요?

    TY: 내가 가진 관점을 환기하는 게 가장 좋아요. 한곳에 있으면 이게 다 인 것 같을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이 멀리서 보면 별거 아닌데 당장은 이게 전부일 것 같고. 같은 맥락으로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일상의 삶에 매여 살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It actually doesn’t really matter.


    Q. 그럼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TY: 도시마다 다른 것 같긴 하지만, 공통적인 취미가 있으면 사실 커넥션을 만들기 쉬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러닝 클럽 같은 곳은 되게 캐주얼하게 만날 수 있고, 코워킹 장소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이번 뉴욕 여행을 갔을 때는 사실 아직 오퍼를 받기 전이었어요. 여행계획을 세울 때에는 아직 뉴욕에서 살게 될 줄 몰랐고, 그때 뉴욕에서 Tech Week가 있어서 그것도 볼 겸 여행을 갔던 거였어요. 그런 행사나 이벤트가 있으면 사람들을 만나기 더 쉬운 것 같아요.


    Q.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시는 것 같아요. 그럼 태연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싶으세요?

    TY. 오픈 마인드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항상 지키려고 하는 건, 누군가 도전한다고 했을 때 “도전은 무조건 응원” 이라는 거예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데, 그 삶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It just makes sense in her story.


    Q. 진짜 “Cool” 이네요. 그럼 태연님의 최종 목표는 지구 정복인가요?

    TY. 하하 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니, 야망이 넘친다든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에요. 저는 항상 준비된 상태에서 액션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비전이 보이는 상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간 적은 없어요.  싱가포르에 오고 나서 매년 뉴욕에 갔어요. 아직도 내가 뉴욕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유효한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이번 결정도 많은 시도와 고민 끝에 도달한 굉장히 현실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최종 목표는 그냥 나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내년에 30살이 되거든요? 근데 ‘유튜브에 서른이 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 뭐 이런 게 뜨는 거에요. 이다음에 뭘 해야 한대, 그다음엔 결혼을 해야 한대. 제가 후회하지 않는 것은 20대 때의 결정이 다 옳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다는 것이에요. 남들이 생각했을 때는 “갑자기 저런 데를 왜 가?” 라고 하더라도 전 그 결정들이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리고 저의 최종 목표도 이런 결정들을 하면서 저답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Jane Kim의 뉴욕,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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