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밴드 붐은 온다

Editor: 황남규 @nwangerd



*주의: 본 기사는 귀가 먹먹하고 약간 취한 상태로 작성되었으며 따라서 내용이 다소 산만하고 때론 어이없을 수 있음.



올해 벌써 세 번째 혼자 여행이다. 도쿄, 두바이, 그리고 퍼스.

퍼스는 서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남반구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거리감과는 다르게도 싱가포르에서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같은 시간대를 가지고 있다 (GMT+8).

내가 퍼스에 온 이유는 조금 이상하면서도 명확한데 어느 록 밴드의 공연을 보러 왔다. 그래서 여행 자체도 2박 3일로 굉장히 짧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혼자 여행은 이보다 길어지면 좀 지루한 면도 있다.

우리 매거진의 1호 기사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수 있는데, 나는 사이키델릭 록에서 파생된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 내가 퍼스까지 공연을 보러 온 밴드도 해당 장르에 속하는 밴드인데, “Pond”라는  퍼스 출신의 밴드이다. 

지금 나는 퍼스에서 머물고 있는 에어비앤비 건물의 1층에 있는 카페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대낮부터 술에 취한 상태이고 어젯밤 공연으로 인해 귀가 좀 먹먹한 상태이긴 하다.

이번 기사는 지난번 1호 기사에 이어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과 공연 그리고 더 나아가 해당 밴드의 출생지인 퍼스라는 도시에 대한 기사이다. 그중 퍼스에 대한 부분은 내가 2박 남짓한 기간 동안 겪은 지극히 파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될 예정인 점은 미리 주의 부탁드린다.


1. Fremantle, Perth

7월은 남반구에서는 겨울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퍼스의 작은 동네 프리맨틀의 온도는 생각보다 춥게 느껴졌다. 바닷가 특유의 칼바람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체감 온도를 낮추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날씨가 이럴 것을 이미 알고 왔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 퍼스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지 못한 것은 아직 아쉽긴 하다.

내가 아름다운 자연과 기후 등으로 유명한 퍼스를 찾은 이유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유이다. 앞서 적은 것처럼 나는 콘서트를 보러 왔다. 2000년대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를 이야기 할 때는 이 서호주의 도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가 없는데, 장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몇 밴드들이 모두 퍼스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Tame Impala (라 적고 Kevin Parker라고 읽는다)를 필두로 Pond, GUM 등의 밴드가 퍼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밴드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Pond의 리드보컬 Nick Allbrook은 2013년까지 Tame Impala의 투어 멤버였으며, 1인 밴드 Tame Impala를 이끌고 있는 Kevin Parker는 2020년까지 Pond의 음악들을 프로듀싱했었다.  더불어, Pond의 드럼을 맡고 있는 Jay Watson은 현재 두 밴드 모두에서 풀타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또 다른 사이키델릭 록 프로젝트인 GUM을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멤버들이 서로 밀접하게 협업을 이어나가며 함께 퍼스의 록 장르를 다채롭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가 속해있는 매니지먼트 레이블인 Spinning Top도 퍼스의 프리맨틀을 베이스로 두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Pond의 콘서트가 열리는 퍼스의 작은 동네 프리맨틀은 굉장히 활기차고 다채로운 곳으로 느껴졌다. 길 곳곳에 있는 중고 서점들과 바이닐 숍들은 이 동네가 쌓아온 긴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고,  바닷가에 위치한 멋진 현지 브루어리와 개성 있는 카페들, 그리고 라이브 음악이 들리는 펍들은 앞서 설명한 밴드들이 어떻게 이 도시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약간이라도 맛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3일 동안 프리맨틀에 머물며 들렀던 곳들 중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여기 간단하게 남겨본다 (보너스로 퍼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곳들도 몇 곳 함께 추천한다).


  • Mills Records: 프리맨틀에는 5분 거리 반경 내에 바이닐 숍들 몇 곳이 있는데, 각자 음악 취향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모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 Mills Records는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에 속하는 바이닐을 잘 구비하고 있었고, 덕분에 아시아에서는 구하기 힘든 Pond의 앨범 2장을 구매할 수 있었다. 


  • DaRawNature Studio Gallery: 내가 프리맨틀에서 묵은 에어비엔비 1층에 있는 카페 겸 전시장이다. 사진처럼 마치 모로코에 와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소품이 특징인 곳으로 지금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호주하면 또 커피가 유명한데, 아쉽게도 내가 커피 맛을 잘 분간을 못하기 때문에 맛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분위기 점수는 만점.




  • Strange Company: 호주는여러 종류의 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데 이 역시 호주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로컬 와인과 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제공하는 바 역시 프리맨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Strange Company 역시 프리맨틀 한가운데 번화가에 위치한 바이며, 맛있는 칵테일과 핑거푸드를 밤늦게까지 괜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The Gallery Store by Head2Sole퍼스에 몇 없는 하이엔드 스트릿웨어 편집숍이다. 스니커즈류를 주로 취급하는 Head2Sole에서 길 건너에 함께 운영하는 편집숍으로, 다양한 남성복 위주의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 컬렉션을 구비해두었다. 가격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구하는 것 대비 메리트는 없다고 느끼지만, 퍼스에서 택스 리펀과 함께 쇼핑을 하고 싶다면 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Alfred’s Pizzeria: 로큰롤 감성의 피자리아 겸 펍이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기를 팍 죽이는 내부 인테리어까지 굉장히 자기주장이 강한 장소이지만, 점원은 정말 친절하다. 피자도 가성비 대비 신선하고 맛이 있었으며, 로컬 브루어리 기반의 맥주 셀렉션도 훌륭하다.



2. Pond & Concert
*모든 앨범과 트랙명은 유튜브 링크를 걸어두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퍼스까지 오게 된 이유인 밴드 Pond와 어젯밤의 그 콘서트에 대해서 아직도 먹먹한 귀와 두근두근 대는 마음을 가지고 마저 기사를 작성해 본다.

Tame Impala의 데뷔 앨범인 Innerspeaker가 글로벌 초대박 히트를 친 뒤, 그 당시 Tame Impala와 무려 3명의 멤버를 공유하던 Pond 역시 그들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처음으로 호주 외의 국가를 포함하여 글로벌 릴리즈를 하였다. 대부분의 해외 팬들은 이때를 계기로 퍼스의 Pond라는 밴드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2017년 발매된 7집 The weather라는 앨범으로 Pond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앨범은 Pond 커리어 상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앨범이기도 하다. 귀를 자극하는 신스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그리고 세상은 멸망해 마땅하다는 중2스러우며 자조적인 가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합된 네오 사이키델리아 앨범이다.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The edge of the world pt.2라는 곡인데, 아메리카 대륙의 얼추 서쪽 끝인 벤쿠버의 해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들었던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외에도 이번 콘서트에서도 연주한 ‘The weather’와 ‘Sweep me off my feet’ 등의 트랙은 Pond의 음악에 처음 입문하기에 적합한 트랙들이다. 

Pond는 지금까지 총 10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하였고, 이번 콘서트는 6월 말에 릴리즈 된 10번째 앨범의 호주 투어 마지막 콘서트였다.  

이번  앨범 역시 밸런스가 잘 잡힌 사운드의 트랙들로 앨범이 구성이 되어 있고,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랙의 후속편인 ‘The edge of the world pt.3’가 수록되어 있어서 몇 번을 반복 재생 했는지 모른다 (아쉽게도 콘서트에서 직접 연주하진 않았다).

다만,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직접 퍼포먼스를 듣고 싶었고, 또 실제로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던 트랙들은 5집 ‘Hobo rocket’의 트랙들인데, 해당 트랙들이 Pond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신스와 일렉 기타 사운드, 그리고 가사 없이 이어지는 긴 기타 리프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실제 라이브로 들었을 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Aloneaflameaflower’와 ‘Giant tortoise’가 그렇다.

실제로 해당 트랙들은 콘서트 플레이리스트 후반부에 배치되어 콘서트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으며 이때를 대비해 귀에 작은 귀마개를 끼고 온 사람들도 종종 보이곤 했다. 




이틀 차인 지금 어제의 잊지 못할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그리고 오전부터 마신 맥주로 반쯤 나간 정신을 부여잡으며 내가 좋아하는 Pond와 콘서트 그리고 이 도시에 대해 적어보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청춘 아닐까? 


밴드 붐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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