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Navigate : 잃어버린 힙스터 감성을 찾아서,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Editor: 박지현 @_j_ihn.b


싱가포르에 살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도파민 충전의 최고봉은 여행이라는 것이다. ‘여기 있을 때 가야지’ 마음먹게 되거나 생각거리가 많아서인지 유독 여행을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여행가는 날을 점찍어두고 해야 할 일들을 말끔히 끝내는 생산성을 가진다든가, 현생의 돌고 도는 생각굴레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있는 도파민 충전의 방법 같달까. 

그렇게 이번에도 비슷한 다짐을 가지고 떠났다. 잃어버린 힙스터 감성을 찾아서. 목적지는 암스테르담과 베를린. 몇 가지 장소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뜨끈뜨끈한 영감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


암스테르담

The Frozen Fountain - Amsterdam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 색감의 화려함과 여러 곡선형태의 가구들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온 것 같았던 가구점. 

밖은 레몬 빛의 햇살이 드리웠는데, 안쪽 공간은 붉고 따뜻한 조명들과 묵직한 가구들이 놓여있어 마치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넓은 공간 안에 일정 간격을 두고 놓인 각기 다른 책상에 앉아있는 직원들도 이 공간의 미학을 더해주었다.

 

Carmen Amsterdam
  암스테르담에 오고 싶었던 이유. Carmen은 패션 브랜드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숙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식사나 작은 파티 호스팅이 가능한 Kitchen 공간도 가지고 있다.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것이 브랜드에 확장성을 더하는 구조인 듯 보였다. 

이 멋진 공간에 들어서면 Carmen의 이번 시즌 옷들이 맞이해준다. 그 안쪽에는 간단한 커피 스테이션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피팅룸과 다른 옷가지들을 볼 수 있다. 반 계단 올라가면 조그만 다이닝 공간과 바깥 뜰로 이어지는 문이 나온다. 한 계단 더 올라가면 작지만 알찬 주방이 있다. 

이 3층짜리 공간에 각 역할을 부여하여 그 역할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벤트들과 아기자기한 요리들을 보고 싶다면 @Carmen.amsterdam @kitchenatcarmen 을 팔로우해도 좋을 듯하다.

 


Neef Louis Design - Amsterdam

암스테르담의 빈티지 가구점. 빈티지 마켓이 있는 암스테르담의 핫플 NDSM*을 가기 위해 페리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북쪽은 조금 더 넓고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았고 창고같이 생긴 큰 건물들은 모두 빈티지샵들이었다. 그중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빈티지가구점. 다만 가격이 새것보다 비싸 구글 평점은 좋지 않더라.
*NDSM : Nederlandsche Dok en Scheepsbouw Maatschappij의 약자로, 네덜란드 조선 회사였지만 현재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허브로 탈바꿈되었다. 한국의 성수같은 곳.

갖가지 조명들과 테이블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지만 나름대로 각각의 가구들이 그룹을 지어 컨셉대로 꾸며진 쇼룸을 보는 듯했다. 다리 네 개가 중앙에 몰려있는 큰 테이블, 애매한 높이의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형태의 의자는 뭔지 등 재밌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 거실을 이렇게 꾸며야지!’ 하는 로망도 얻고 나왔으니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할 수 있다.



 

베를린 

Hamburger Bahnhof National Gallery - Berlin

‘반 호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기차역이었던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변형한 공간이다. 요셉 보이스, 앤디 워홀, 안젤름 키퍼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알렉산드라 피리치 (Alexandra Pirici)의 퍼포먼스 아트였다.

은빛 유기물 같은 조형물에 각각 다채로운 색의 생명단지가 달려있고, 퍼포머의 음성 높낮이에 따라 색이 물결쳤다. 낮은 음성에는 하얗게, 높은 음성에는 검게 물드는 생명단지는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Attune]이라는 이 작품은 ‘공감’을 중심 주제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감과 연대의 중요성을 소리와 리듬을 통해서 표현한다. 때문에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데, 멀리 떨어져 있던 관객을 더 가까이 모으고 관객 틈에 섞여 있던 퍼포머들의 음성을 앞뒤로 들으며 더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퍼포머들이 보여주는 움직임, 인간이 내는 자연의 소리,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이 모든 표현이 더 깊숙히 들어왔다. 내 감성 충전은 이곳에서 다한듯하다. 이후 이 작품의 퍼포머와 작가의 의도를 담은 책까지 구매했으니 말이다.

 

Voo Store

베를린 여행자라면 빼놓은 수 없는 편집샵인 이곳은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과 Companion coffee 라는 카페 공간도 있는 컨셉 스토어다.  크로이츠베르크라는 베를린에서 가장 힙한 지역 중 하나에 위치해 있는데, 로컬 아티스트과의 협업 전시나 팝업 이벤트도 많이 진행하면서 문화적 허브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베를린 ‘힙’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이곳에서의 미션은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것이었는데,  “Satisfy Running” 이라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러닝브랜드를 알게되었다. 찾아보니 러닝복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고성능, 하이엔드 러닝브랜드로 유명한 듯 했다.


Voo store X Satisfy running 과의 콜라보 티셔츠를 발견했다. 콜라보? 사야지. 해가 갈수록 여행지에서 사오는 기념품의 취향이 더욱 고급스러워진듯한 뿌듯함을 느끼며 돌아왔다.


Philharmonie Berlin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만 2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베를린에 가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꼭 경험해야 한다는 많은 베를린 추종자들의 조언에 따라 도착하자마자 필하모니 티겟 판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이 이름을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다. 조성진.

그렇게 조성진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토요일 티켓을 예약하고 이 공연을 기다리며 베를린에서의 일주일을 보냈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열정과 노력의 섬세함이 얼마나 아름답고 반짝거리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나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각 연주자의 표정에 시선이 갔는데, 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이 음악으로 조화되는 순간이 마치 물결처럼 일렁였다. 그 일렁임이 마음까지 전해져 곡이 마무리됐을 때 손이 찌릿할 정도로 박수를 쳤다. 이 또한 퍼포머와 관객간의 유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이 경험이 기분좋게 기억된다. 나도 1000% 진심을 담아 추천한다 필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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