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ybp의 이야기 : 현재 70 미래 30

Editor:  황남규 @nwangerd

이름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지었다고 자부하는 우리 매거진의 이름은 ybp; young broke professionals 이다. 지금까지 열다섯 개 남짓한 기사를 공유해왔는데 young & broke 키워드는 꾸준히 기사들에서 다뤘던 반면, professional이라는 나머지 한 개 키워드에 집중한 기사는 공유할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싱가포르에서 멋진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가꿔나가고 있는 내 회사 동료이자 동시에 대학교 동기 한 분을 모시게 되었다.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프로페셔널 커리어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언제 가져도 즐거운 식사 자리는 덤이었다.

그럼 ‘프레첼’과의 인터뷰, 시작해 보겠다.

 

Q. 프레첼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싱가포르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프레첼이라고 합니다. 빅테크에서 SMB 대상 세일즈를 하고 있으며, 달리기, 미술관, 공연, 에메랄드 색과 싱가포르 인디 음악을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Linying이라는 싱가포르 인디 가수의 공연을 다녀왔는데,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의 넥스트 아이유라고 생각하는 가수예요. 아 그리고 올라퍼 엘리아슨 전시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실제로 보러 가기도 했을 만큼 ybp의 열렬한 독자이기도 합니다:)

 

Q. 자기소개 감사합니다. 이번 기사는 young broke professional이라는 저희 매거진의 주제 중, professional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여 프레첼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A. 그러면 뭔가 계획적이고 멋진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요?


Q. 전혀 아니에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young과 broke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고생하며 살아가는 있는 프레첼님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커리어 관점에서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A. 좋습니다 🙂


Q. 그럼 본격적인 첫 질문드릴게요. 프레첼님은 외국계 기업에서 지금까지 쭉 세일즈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다가 외국계 기업에서 세일즈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저도 처음부터 외국계 세일즈로 커리어를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파이넌스나 컨설팅 업계에서 취업을 희망했으나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 과정에서 내가 숫자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좀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세일즈 직무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거기에 IT는 지식과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영역이니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그렇게 IT 기업 중 해외 기업인 SAP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SAP가 해당 업계 1등이라는 점과 SAP가 가지고 있던 글로벌 프로그램의 해외 경험 등이 메리트로 느껴져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어요.


Q. 그럼 외국계 IT 세일즈로 지금껏 약 7년 동안 커리어를 가꿔 오셨는데, 이 기사를 볼 (수도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외국계 세일즈로 커리어를 스타트 하는 것에 대해 추천하시나요?

A. 외국계 커리어를 쭉 희망하신다면 추천해요. 외국계에서 신입으로 시작하는 것은 흔히 뭔가 체계 없고, 업무를 배우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어느 정도는 맞을 수도 있으나 이런 환경이 개인에게 고통스러울지언정 배울 수 있는 점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초반부터 고생하며 배우는 문제 해결 능력과 부딪히고 보는 자세들이 추후 쭉 외국계 회사에서 커리어를 가져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럼 다음 질문으로, 지금 회사로 이직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SAP에서 글로벌 프로그램 온보딩이 마무리된 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니,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때 만난 글로벌 동료들이 일하는 방식들을 계속 접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좀 더 글로벌한 환경에서 계속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이직에 대한 모티베이션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마침 친구가 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제가 SAP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배웠던 경험과 스킬들이 이곳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이직을 하고 나서 조금 다른 환경에서 계속 세일즈를 하며 발전한 역량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A.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제가 첫 커리어를 준비할 때 장점으로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 역량 외에도, 적응력, 데이터 분석력,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그리고 동료와의 협업 스킬 등 많은 역량이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Q. ‘적응력’이라는 역량이 참신한데요. 최근에 한국 마켓을 담당하는 팀에서 오세아니아 담당 팀으로 팀을 변경한 걸로 알고 있어요. 여기서도 그 ‘적응력’이 발휘되었나요?

A. 우선 적응력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빠른 적응을 요하는 업계의 환경이 절 그렇게 만든 거 같아요. 2년 차 때 역할 변경이 있었고, 코로나도 환경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어요. 변화가 너무 당연했고 여러 방면으로 적응해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그래서 팀을 옮길때도 변화가 처음처럼 느껴지진 않았어요. 이렇게 변화에 적응한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나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변화는 제가 그냥 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있고 싶었어요. 호주 사람들은 비즈니스로 들어가기 전에 어떤 주말을 보냈는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스몰토크에 정말 진심이에요. 처음엔 거부감이 너무 컸는데,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까지 조금씩 행동하다 보면 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조직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이 사람들만의 다른 점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거죠!

한국 사람인데, 싱가포르에 살면서, 오세아니아 마켓을 담당하는 경험은 결론적으로 제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능력치를 더욱 키워줄 수 있었던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커리어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커리어의 next는 언제, 어떻게 고민하셨나요? 

A. 커리어에 대해서만 갑자기 고민한 건 아니고, 항상 인생에서 다음을 고민하면서 사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현생 70 미래 30 정도로요. 한때 현생 100으로 산 적이 있는데, 이게 6개월을 넘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되게 재미있는 관점인데요. 현생 100의 삶은 무엇이었나요?

A. 대학원을 목표로 미국의 Top School 들에 지원을 했던 적이 있어요. 1년 반 동안 달려온 여정이었는데 조금 모호하다 싶은 것도 많았지만 우선 이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연이어 오는 불합격 통보를 보면서 이후 6개월 동안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때 싱가포르 로컬 음악씬에 빠졌고, 사진도 찍고 전시도 보러 다녔죠. 그렇게 6개월 정도하니까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졌고, 수학 공부가 제가 부족했던 걸 알았으니 수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준비하면서 NUS를 지원하고 이렇게 공부하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뭐든지 good timing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뭐 기회인 것 같고 어느 정도 괜찮은 것 같고.. 하면 일단 도전해야 하는 것 같아요. 


*NUS :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Q. 조금 질문을 바꿔보면, 왜 대학원이에요? 

A.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원을 가고 싶었어요. 그냥 언젠가는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때가 온 거죠. 석사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한데,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으면서 self discovery를 할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그 결과 Business analytics 쪽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지금 세일즈 직무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요. 내가 만족하고 있는 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만 저녁시간과 주말을 조금 내려놓으니, 석사를 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싱가포르에 사는 동기들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싱가포르에서의 라이프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Q. 프레첼님은 대학원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시나요?

A. 고통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걸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해요(하하). 석사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걸 알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안다면 석사라는 걸 전략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도 해요. 그래도 학교이다 보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유하고 이런 것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Q. 일과 병행하는 석사, 할만한가요? 

A. full-time으로 하면 1년에 끝나고, part-time으로 하면 2년에 끝나는데, 저는 졸업 마지노선인 4년 안에만 끝내 자로 마음을 정했어요. 일주일에 세 번 학교를 가고, 출장에 커리어도 잘 챙기며 건강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요.


Q. 지금 하시는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나면 어떤 job의 세계가 열릴 수 있어요? 

A. 그 생각을 안 하기로 했어요. 싱가포르 육상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금메달을 땄으니 다음 목표는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대요. “I’m gonna lie down on my bed, watching my gold medal and that’s it” 

바로 다음 목표를 이루자마자 착착.. 이런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석사 공부를 계속할수록 이걸 제대로 하려면 많은 시간과 차곡히 쌓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은 이런 분야에 공부로서 노출이 되고, 내 동기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이 업계를 알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정리하면, 이 석사는 1) 싱가폴 사회와 라이프 스타일에서의 확장 2)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 이 두 가지 자체에 큰 만족이 있어서, 지금은 그냥 잘 졸업하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 혹시, 끝판왕 ‘박사’를 하실 생각이 있나요? 

A. 예전에는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를 바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살면서 언젠가는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하버드에서 석사를 하고 미국 정부에서 8년 정도 일하다가 이번에 NUS에 임용이 된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로 와서 NUS 박사를 하고 계시는 분을 봤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박사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박사라는 옵션이 육아와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분야를 깊게 파볼 수 있는 경험도 재밌어 보여요.



프레첼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의 건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꾸준한 고민을 통해 연습한 여유로움은 결국 현재 멋진 프레첼의 모습을 만든 듯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ybp들에게 이 꾸준함의 소중함을 역설하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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