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공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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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설혜수 @hyssl.kr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싱가포르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높은 ‘산'이 부킷 티마 힐로 163미터 된다. 사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셈이다. 바다가 있지만 화물선들이 많이 이동하는 곳인 만큼 수영을 하다가는 병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공원과 자연 보호 구역을 많이 두어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공원은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누구나 쉽게 피톤치드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자주 찾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가볼 만한 공원은 어디가 있을까. 필자가 발로 뛰어봤다. 아래 지도를 보고 떠나보자.
싱가포르 공원여행 지도
유네스코에 선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싱가포르의 한남동이라고 할 수 있는 뎀시힐과도 가까이 있어 함께 방문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서울 올림픽 공원에 비하면 작지만, 일산 호수공원 보다는 큰 크기인만큼 더운 날시에 공원 전체를 보기 보다는 원하는 구역을 정해 가는 방법이 낫겠다. 가장 알려진 구역으로는 동남아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종의 난초들을 구경할 수 있는 ‘내셔널 오키드 가든'이 있다. 이외에도 ‘스완 레이크', ‘심포니 레이크'와 같은 인공 호수와 자연 우림이 있는 ‘레인포레스트 존'이 있다.
주의! 코모도왕도마뱀이 상시 출몰할 수 있다.
@East Coast Park
이전 기사에서도 종종 소개된 동쪽 해안을 따라 조성된 공원이다. 필자가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 가장 자주 가는 공원이기도 하다. 주말 아침을 이스트 코스트 파크 (줄여서 이코팍, 현지 사람들은 ecp라고 부른다)를 따라 러닝하고 마시는 스타벅스 아아는 꿀맛이다. 러닝을 하다 보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마주하는데, 강아지 산책을 하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과 외출한 부모님, 모래사장에서 피클볼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은 해맑고 아빠 혼자 고군분투 중인 4인용 자전거를 탄 가족, 캠핑의자나 피크닉 매트를 펴고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등등 미술관에 가면 그려져 있을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싱가포르에 와서 마음의 여유가 늘었는데, 아마 이코팍이 7할 기여하지 않았을까.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은 스르르 사라지고, 나에게 중요한 것들만 옥석처럼 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운동을 위해 오는 만큼 F&B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PS cafe, 맥도날드를 포함해 군데군데 휴게소마냥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호커센터에서 파는 대왕 사이즈 사탕수수 주스도 별미다. (한국의 소떡소떡 같은 느낌이었달까.) 러닝을 좋아하거나 여유 있는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다면 이코팍 방문을 추천한다. 이코팍 산책 후 Joo Chiat 로드에서 싱가포르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카페나 음식점까지 방문해보자.
평지에 잘 닦인 도로는 러닝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서쪽으로 계속 달리다보면 마리나 베이 샌즈까지 이어진다.
@Bedok Resorvoir Park
창이 공원 근처에 있는 저수지를 따라 만들어진 공원이다. 공원 기사 취재를 위해 첫 방문했고, 재방문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공원의 좋음과는 무관하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슈가 있다. 이름에 충실하게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공원이다. 조경이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툭툭 심어둔 나무들이 영화 아바타에 나올 것 같이 웅장하다.
한때 비다다리 묘지가 있던 곳으로, 최근 재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우들리(Woodleigh) 지하철역과도 연결되어 있어 편리한데, 해당 지역이 거주 지역인 만큼 여행 코스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으로 치면, 딱 일산의 호수공원이 생각난다. 넓은 공원 입구를 따라 걷다보면 공원 가운데 크게 인공 호수가 나오고 그 가운데 인공섬이 있다. 여유를 찾기에, 저녁 먹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TMI 주의! 공원이 좋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위해 방문하려 하니 집에서 자전거로 3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걸린다고 나온다. 호기롭게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우기답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중간에 호커센터에서 쉬었다 가니 결국 1시간이 걸렸다. 비 온 뒤의 공원은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인공섬이 ‘참 싱가포르 같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벌레 하나 없고 잘 가꿔진 공원이 싱가포르에서 누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자연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어렸을적 온 가족이 뒷산에 올라 흙을 밟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고, 모기에 잔뜩 물리는 기억이 생생한데, 싱가포르에서 자라면 그런 것들을 경험할 수 없지 않을까.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공존해야 좋을까, 이마저도 오만한 생각이지 않은가 온갖 망상을 하며 비다다리 공원여행을 마무리했다.
@Fort Canning Park
싱가포르 관광명소로 꼽히는 포트 캐닝 공원이다. 도심부에 위치해 있어 여행 중 피톤치드 수혈이 필요할때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트리터널에서 찍는 인증샷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그이상으로 볼게 많다. 과거에는 영국의 군사 요새로 쓰여, 영국군 요새, 왕궁터, 19세기 역사적 건물들을 포함해 다양한 유적지들이 있다. 싱가포르 문화유산 보존 지역으로도 지정된 곳인만큼 싱가포르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