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What’s your fun fact?

Editor: 박지현 @_j_ihn.b

What’s  your fun fact?
질문을 듣는 순간 땀이 삐질 흘렀다. 회사에서 몇 번 지나가면서 마주치기만 한 사람들과 하는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최근 한일의 목록을 머릿속으로 와다다 그려냈다. 와중에 너무 진지하거나 긴 설명이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 땀이 삐질 났다. 다른 사람들의 답변을 들어보니 별다른 고민 없이 자기가 요즘 빠져있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사실 What’s your fun fact? 라는 질문은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만큼 흔한 질문이다. 편안한 자리에서는 다소 어색한 질문이 되겠지만,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적막과 어색함을 깨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다만 흔하다고해서  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다. 난 그 순간 재치있게 답변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요즘 빠져있는 게 무엇일까?’ 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로잡혔다. 


내가 나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 간단한 질문에 왜 그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더했는지 웃길 노릇이지만 뭔가 낯설고 새로운 자극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친구들과는 오랜 대화를 거치며 천천히 서로를 알아갔고,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정석과도 같은 답변을 해왔다. 이 개인적이면서도 친밀하지 않은 자리에서  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취미를 적는 란에 음악 감상과 같은 흔한 취미를 적는걸 꺼려했던 나는, 나를 설명할 흥미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자신을 잘 표현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나에게 찾아낸 몇 가지 흥미로움과 그걸 찾아낸 방식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 다른 관점으로

이곳에서 나의 경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해외에서 살거나 일해본 적이 있어요?” 였다. 쭉 한국에서 살아오다 대학교 때 미국 인턴십 이후 제대로 된 해외 생활은 싱가포르가 처음이었다. “아, 대학교 때 잠깐 미국 인턴십 갔다가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살아보는 건 싱가포르가 처음이에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이면서도 친밀하지 않은 환경에서 날 표현하는지에 대한 것이니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싱가포르는 일하면서 살아본 3번째 도시에요!”    

보다 더 글로벌한 인재 같아 보인다.




2/ 나만의 스토리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들어보면서 나의 어떤 부분을 흥미롭게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이런 직장생활을 하기 전 셰프의 꿈을 안고, 미국 플로리다 네이플스에 있는 The Grill 이라는 Ritz Carlton 레스토랑에서 Cook4 로 일했다. 충분히 재밌고 톡톡 튀었던 경험이었지만, 창작을 하고 싶다는 소망과는 달리 반복적이고 조금 고됐다. 마침 코로나가 터져 생각보다 일찍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일단 직장인 생활을 한번 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Cook 4 : 보통 culinary school을 졸업한 사람들 혹은 인턴을 주방 직급상 Cook 4라고 부른다.


그다음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난 이 경험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보단 대외활동과 내가 한 공모전에 관해 이야기했고,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면접관이 날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 오게 된 이후로 사람들은 이 경험을 내 캐릭터로 인식했다. 그들은 날 소개할 때 ‘나의 아스파라거스 까던 시절’에 대해서 말했다.  한번은 가장 hustle 했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Ritz Carlton 호텔에서 일할 때 매일 아스파라거스 껍집을 까던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아주 흥미로웠던 것 같다. 예전엔 굳이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나를 소개하거나 내 이야기를 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요리, 그리고 이 경험이다. 나에겐 큰 인생의 결정이었지만 남들에게 그게 흥미로운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이야기이니 ‘그냥 저런 걸 했었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았는데, 내가 한 결정들과 그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게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3/ 요즘 나의 관심사 (꾸준함이 필수) 

요즘 내가 뭐에 빠져있지? 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뭘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보단 요가도 하고, 도자기도 만들고, 달리기도 한다. 내 철저한 뇌피셜이지만, “난 이것저것 해!”하는 것보다 “난 요즘 달리기에 빠져서 5킬로 정도 뛰어”라고 하는 게 더 흥미로워 보인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발만 담그는 나의 팔방미인 습관(?)때문에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요즘 달리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꾸준하게 뭔가를 해서 ‘꾸준함 근육’을 키우는 것이 한 사람을 표현할 때 단단한 사람으로 느끼게끔 하는 듯하다.




4/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모음집’이 있다면 더욱 좋다.

스토리, 꾸준함 이런것들을 모두 차치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 단기간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시청각 자료’다. 이러한 시청각 자료는 포트폴리오, 인스타그램 계정, 블로그 등 생각해본 적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단어가 나오는 순간 지루해지기 때문에 난 ‘모음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나의 모음집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오랜 친구 무리, 내 사진첩, 그 사진첩에 조금 감성을 더한 인스타그램 계정,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유튜브 계정까지. 요즘 나의 모음집은 바로 이 매거진이 아닐까 싶다. 한 때 부캐*붐이 분적이 있다. 이건 personal branding이라는 단어로 뒤바뀌기도 했고, 동년배들과 이야기가 깊어지다보면 직장인은 직장인일뿐 무언가를 ‘자신의 것’을 하고싶다는 고민거리가 연애만큼이나 많은 비중으로 대화를 채웠다.

*부캐: 부 캐릭터의 줄임말. 두 번째 캐릭터 혹은 본캐 외의 캐릭터


매거진을 시작한 이후 이걸 핑계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번은 처음 보는 사람들만 모이는 친한 친구의 생일파티에 간 적이 있는데 magazine.ybp이야기를 하면서 그 정적을 채울 수 있었다.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나의 모음집을 보여주는 것은 조금 더 빠르고 쉽게 대화를 이끌 수 있고, 그 사람이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결이 맞는 사람은 팔로우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magazine.ybp 계정을 팔로우하지 않았다. 팔로우 부탁드립니다.ㅎ)

나만의 모음집을 만들어 더 흥미롭고 재밌는 대화의 물꼬를 틀어본다면 나의 주변 환경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요즘 magazine.ybp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해나가니 말이다!

What’s your fun fact? 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이런 전략까지 생각하는 나를 보고 있자면, 지금 이 시대가 자신을 나타내고 드러내는 것이 먹히는 시대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반복되는 안팎으로의 질문들에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지만, 조금이나마 즐거운 방식으로 풀어내 보면 어떨까 싶어 나만의 [표현방법]에 대해 적어보았다. 이런 표현의 시대에, 각자만의 표현 방식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ybp들은 댓글을 남겨주길 바라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What’s your fun fa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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