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Episode : 도쿄 시티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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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초만에 끝난 3박 4일간의 일본여행을 바로 마치고 작성한 지난편은, 일본어 한문장을 제대로 뱉을 수 없는 3인방의 발악이었다. (그 중 설상 ソルさん 의 일본어 실력이 가장 출중하다고 한다.) 지난 편의 새로웠던 일본식 각색에 이어, 이번편에서는 매거진의 본분을 지켜 5월의 도쿄를 더 각별하게 즐길 수 있는 몇가지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5월의 도쿄는 벚꽃은 없지만 새벽 두시에도 산들바람이 불며 조금 이른 아침 7시에 돈키호테를 가는 일도 가능한 최적의 날씨이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마음이 더 들썩 들썩, 도쿄의 이곳 저곳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① 황궁 러닝 코스 “도쿄에서 요즘 힙스터가 하는건? 바로 황궁 러닝”
아식스 런 도쿄 ⊳ 도쿄 황궁 (Tokyo Imperial Palace) ⊳ 글리치 커피 (GLITCH)
도시를 여행하면서 새로 들이고 싶은 습관 하나는 “러닝”이다. 준비물은 런닝화와 조금은 일찍 일어나 몸을 움직이겠다는 마음가짐.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에 가면 아식스 런 도쿄 (ASICS RUN TOKYO) 매장이 있다. 이 아식스 매장에서는 만원정도의 대여비를 내면 자신에게 맞는 런닝화를 빌려 직접 뛰어볼 수 있는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몬색의 젤카야노 31 아식스 런닝화 빌려 황궁을 뛰어보았다.
*마루노우치(丸の内):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일본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및 상업 지구로, 도쿄역과 황궁 사이에 위치해 있음.
황궁 한바퀴는 도는 코스는 5km지만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글리치 커피를 위해 이 절반 정도를 뛰었다. 황궁을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 사이로 몇몇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느티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왼편으로는 황궁이 오른편으로는 도시의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는 꽤나 새로운 풍경을 보며 쭈욱 달려나갈 수 있다.
이렇게 절반을 뛰고 도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10분정도 걸어가면 글리치 커피 (GLITCH)를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원두를 선택하는 것부터 대단한 정성이 필요한데, 커피를 주문하기까지 대략 15분정도 걸린 것 같다. 나의 커피 선호를 말하면 그에 기반해 몇가지 원두를 추천해주는데, 원두의 맛과 향에 대한 설명과 따뜻하게 내렸을 때, 아이스로 만들었을 때, 라떼로 바꿨을 때 달라지는 맛과 향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대략 15분정도의 시간이 걸린 이유가 가늠이 된다. 도쿄에는 이렇게 이상하리만큼 정성을 들이는 경험들이 많아서인지 커피 한잔이라도 느껴지는 기쁨의 감도가 남달랐다.
② 특별한 술을 맛보고 싶다면?
지콘(Jikon) 사케 ⊳ 쥐라(Jura) 와인 ⊳ 산토리 (Suntory) 생맥주
- 지콘(Jikon) 사케 : 📍 All That Jazz Bar 日本酒BAR オール・ザット・ジャズ
신주쿠 아라키초 어딘가에 위치한 이 Bar는 All That Jazz Bar 이름과는 다르게, 어느 오래된 락밴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장님이 반겨주신다. 그리고 이름과는 다르게 가게가 굉장히 밝고 조용하다. 덕분에 더 정신을 차리고 여러가지 사케를 마실 수 있는데, 아하 생각해보니 또 이름과 다르게 사케를 판다!
이 이상한 조합에서 우리는 마시는 술에 대한 대화를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 어떤 사케를 먹어볼까 고민을 하다 추천을 받은 지콘(Jikon) 사케를 마셔보기로 했다. 지콘은 일본 미에현 나바리시에 위치한 키야쇼 주조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이다. 사케는 정미율에 따라 풍미와 가격대가 달라지는데 보통 준마이다이긴죠와 준마이긴죠로 나뉜다. 준마이긴죠는 60%이하로 쌀을 깎아낸 것이고, 준마이다이긴죠는 50%이하로 쌀을 더 깎아내어 매우 정제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지콘의 준마이다이긴죠와 준마이긴죠를 먹어보니 정말 향과 탁한 정도가 달라 다른 종류의 술을 먹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무언가 이상하게 조합된 All That Jazz Bar에서 정미율을 찾아 사케를 마시는 첫날 도쿄의 밤은 꽤나 학구적이었다.
- 쥐라(Jura) 와인 : 📍 Gout de Jaune Gout de Jaune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쥐라(Jura)에서 생산된 와인만 판매하는 reservation only 와인바이다. 이 와인바는 예약하지 않았으면 문도 열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 문구가 적힌 검은 문을 열면 어두운 바안에 술이 가득채워진 선반과 바테이블의 조명만으로도 밝혀지는 아카사카 지하 작은 공간에 위치해있다. 우리는 다양한 쥐라 와인중에서도 화이트 와인을 오크통에서 6년이상 숙성 시켜 만든 빈 존(Vin Jaune)을 맛봤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숙성을 거쳐 메이플 시럽향이 나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3가지의 다른 빈 존 와인을 마셔봤는데, 숙성년도에 따라 과실향이 강하지만 끝은 카라멜향이 나는 와인부터 마치 백주와 같은 깔끔한 향이 나는 와인까지 그 향과 맛이 다양했다. 와인안에 위스키, 백주, 치즈의 풍미를 합친 복합적 풍미의 와인이었다. 위스키와 백주를 즐기는 사람인데, 조금 더 새로운 풍미가 필요하다면 쥐라의 빈 존(Vin Jaune)을 추천한다.
- 산토리 (Suntory) 생맥주 : 📍everywhere in Tokyo
도쿄에서 나마비루 안마신 사람 없겠지? 그냥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마시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도쿄의 선선한 밤의 마지막 추억을 장식해준 “사무라이 이자카야”를 가볍게 추천한다. 아무곳이나 구글맵에서 찾기 어려운 곳을 들어가보자 하여, 무작정 아카사카 (Akasaka) 주변을 “교자와 아리마스카? (餃子はありますか)”를 외치며 방황하다 드디어 “교자가 아리마쓰”를 받아낸 이자카야였다. 밤 12시에 교자가 가능한 이자카야를 찾아냈다는 것과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지며 교자만 가볍게 먹고 들어가자던 우리는 그렇게 모츠나베에 각자 평균 3.6잔의 산토리 생맥을 비우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③ 쇼핑 코스 “도쿄 왔을 때 사야해”
- 에비스(Ebisu) ⊳ 시부야(Shibuya) ⊳ 오모테산도(Omote-Sando) ⊳ 하라주쿠(Harajuku)
: 에비스의 Kapital로 시작해 시부야, 오모테산도, 하라주쿠로 쭉 이어진 거리에서 하루종일 쇼핑만 할 수 있는 코스. 봐야할 브랜드는 너무 많아 구글맵 리스트로 공유한다. (구글맵 리스트 여기)
- 긴자 (Ginza)
: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부터 미츠코시 백화점, 긴자 식스(Ginza SIX) 그리고 한큐맨즈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구경하고 싶다면 반나절 정도는 긴자에서 보내도 좋다.
- 나카메구로(Nakameguro) ⊳ 다이칸야마초 (Daikanyamacho)
:강가를 따라 작은 샵들과 잘 큐레이팅된 일본 브랜드의 쇼룸을 구경할 수 있는 코스. 특히 일본의 하이엔트 스트릿 브랜드, 비즈빔(Visvim)의 쇼룸을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강가를 따라 다이칸야마초로 건너가는 길에는 마치 한남동 혹은 부암동 뒷골목 같은 분위기의 일본의 조용하고 고급진 동네를 천천히 산책할 수 있다.
사실 위의 코스는 패션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모두들 알고있는/혹은 가봤던 코스들일 것 이다. 사실 도쿄 쇼핑의 메가는 돈돈돈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 꿀팁을 추천하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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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 여행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한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즐길 수 있었다. 5월의 날씨도, 함께한 사람들도, 언제나 “콜!”을 외쳐주는 동행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 도쿄 여행을 더욱 풍만하게 했다. 2번째 ybp의 워크샵에서도 성공적이었다.